경호가 머물던 병실은 수진의 것보다 조금 더 넓어 보였다. 낮이면 빛도 더 많이 들어올 것 같았고 바람도 더 시원하게 지나다닐 것 같았다. 인수는 텅 빈 병실을 둘러보고, 시트와 메트리스가 걷힌 침대의 철골 구조물도 바라보고, 그 곁에 놓인 보조의자도 둘러보았다. 마지막으로 창가에 놓인 작은 화분에 시선이 닿았다. 그 모든 사물들에서 걷잡을 수 없이 많은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인수는 이야기에 함몰되듯, 이야기에 저항하듯 보조의자에 주저앉았다.
인수는 어느 순간 삶의 주도성, 감정의 자의성을 모두 잃어버린 것 같았다. 이 세상에는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교통사고가 일어난 시점부터 모든 일들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발생해서 희망과 관계없는 쪽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 앞에서 인수는 속수무책, 빈손만 내려다보는 느낌이었다. 생이 어떻게 이럴 수 있는가 싶기도 했다.
서영과 꿈같던 밤을 보내고 났을 때 생은 인수를 향해 어김없이 또 다른 돌팔매질을 준비하고 있었다. 인수는 행복감의 정점에서 다시 수직으로 곤두박질쳤다. " 우리는 어떻게 될까요?" 서영은 그렇게 물은 지 스무 시간도 지나지 않아 황급히 병상의 남편에게 달려갔다.
서영이 떠난 후 인수는 다시 의자에 몸을 묻었다. 그 동굴에서 혼자 남겨졌을 때 그녀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싶었다. 사기 당한 것 같았고, 중요한 것을 도둑맞은 것 같았고, 도저히 몸과 마음을 일으켜 세울 수 없을 것 같았다. 체크아웃 시간이 30분밖에 남지 않았다는 호텔 측의 전화를 받고서야 천천히 일어나 방을 나왔다. 그러고도 병원으로 갈 엄두가 나지 않아 해변을 오래 걸었다. 미루고 미루다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간이 되어 중환자실 면회 시간이 끝나가는 때에 맞춰 병원으로 들어섰다.
인수가 병원으로 들어설 때 앰뷸런스 한 대가 급하게 병원을 빠져나갔다. 곁을 지나가는 앰뷸런스를 향해 무심히, 아주 무심히 고개 돌렸는데 앰뷸런스 창으로 서영의 옆모습이 보였다. 당신은 오른쪽 얼굴이 더 예뻐요. 그렇게 말했던 바로 그 오른쪽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진 채 인수의 시선 앞을 지나갔다.
아니야, 그건 안 돼! 인수는 뱃속 깊은 곳에서 온몸을 울리며 튀어나오는 비명 같은 외침을 들었다. 그렇게 떠나서는 안 되었다. 인사도 없이, 어떤 해명도, 남겨진 약속도 없이. 인수는 앰뷸런스 꽁무니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서 있다가 맥 빠진 걸음으로 병원으로 들어섰다. 복도에서 처음 만난 간호사에게 물었을 것이다.
" 방금 서울로 이송된 환자, 상태가 어땠습니까?"
간호사는 우선 인수를 바라보고, 잠시 무엇인가를 망설이는 듯하더니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 그 환자 분............. 사망하셨습니다."
인수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기분이었다. 스산하고 음울하고, 비탈에서 굴러 떨어지고 싶은 기분이었다. 아니, 이미 절벽에서 떨어진 듯했다. 술이라도 한잔 마시지 않으면 그 시간을, 그 순간을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인수는 병원 밖으로 나가 혼자 술을 마셨다. 빨리 취하기 위해 술을 급하게 뱃속으로 쏟아부었다. 우선 뱃속이 마비되고, 다음으로 눈빛과 목소리가 풀리고, 마지막으로 정신이 무뎌졌다. 그제야 인수는 천천히 걸어 다시 병원으로 들어갔다.
수진은 아직 깨어 있었다. 취한 인수를 보더니 눈빛으로 무슨 뜻을 전하려는 듯 인수를 향해 얼굴 근육들을 움직였다. 그러나 그녀의 근육은 아직 자의적으로 긴밀하게 움직여지지 않아 의사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다. 아니, 이제 인수는 수진의 눈빛을, 표정을 읽을수 없었다. 아무런 공감도, 의미도 전해주지 않는 수진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그 심리적 거리감을 새삼 확인하면서 인수는 이중으로 고통스러웠다.
수진은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그녀에게서 근본적인 무엇인가가 빠져버린 것 같았다. 예전의 수진을 구성하고 있던 고갱이 같은 것, 이를테면 노란색 같은 것이 그녀의 몸에서, 아니 그 영혼에서 빠져 나간 것 같았다. 정서의 편성 구조가 바뀌고 영혼에 형질 변화가 온것이 틀림없었다. 인수는 수진의 손을 잡고, 그 눈을 바라보면서, 미미한 단절감을 외면한 채 낮게 말했다.
" 수진아, 잘 자."
그런 다음 수진이 무슨 뜻인가를 전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이기 전에 서둘러 몸을 돌렸다. 수진의 병실을 나설 때 인수는 모텔로 돌아가 잠이나 잘 셈이었다. 그러나 병원 복도를 걷다보니 어느틈에 경호의 병실 앞에 서 있었다. 모든 것이 그대로인 병실, 다만 그곳을 채우던 두 사람만이 보이지 않았다.
인수는 경호의 병실 창가에 놓인 화분에 다가가 풍성하게 자란 줄기들을 쓸어보았다. 자잘한 이파리들이 손바닥을 간질이는 감촉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서영이 작은 화분을 내밀며 " 죽이지 마세요" 라는 말을 건넸을 때 인수는 그 작은 화분이 그토록 강렬한 생명력을 가지고 있을 줄 몰랐다. 긴 넝쿨 줄기를 가진 그 식물은 병실 곳곳으로 팔을 뻗어 실내를 장악하려 했다. 수진의 얼굴을 닦아주다가, 창을 열어 환기시키다가, 보조의자에서 잠깐 졸다가 그 식물 줄기가 움직이는 듯한 환영에 놀라곤 했다. 인수의 내면이 온통 그 식물 줄기로 가득 차 있었다. 내면에서 싱싱하게 뻗어나가는 식물 줄기를 느낄 때면 삶의 처음으로 돌아가서 이루지 못한 꿈을 좇아도 괜찮을 것 같았다.
인수는 한동안 경호의 병실에서 서성이다가, 서영이 앉았던 보조의자에 앉아 오랜 시간을 보내다가, 마침내 창가의 화분을 들고 병원을 나왔다. 화분을 들고 나올 때까지만 해도 그것을 모텔 방에 가져다 둘 생각이었다. 그러나 모텔 주차장에 세워진 자동차에 시선이 닿는 순간 인수는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았다. 경호의 병실에서 주저했던 이유도 그것이었다. 인수는 화분이 흔들리지 않도록 조수석에 잘 고정시킨 다음 서울을 향해 차를 출발시켰다.
서영은 상복을 입은 채 초점 잃은 시선을 허공에 두고 있었다. 이따금 시선이 초점을 찾을 때면 어김없이 영정 사진으로 가곤 했다. 벌써 몇 시간째 그 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서영은 아직도 경호의 죽음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간절히, 간절히 기도하면 그가 살아 일어날 것 같은 착각에 휩싸이곤 했다. 서영이 영정 사진 앞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못하는 것은 자신이 자리를 비운 틈에 경호가 깨어날까 봐 였다. 이번에는, 이번에 그가 깨어날 때는 꼭 그의 곁에 있어주고 싶었다.
서영은 맨 처음 사고 소식을 듣고 수술실 앞에서 기다리던 때와 똑같은 감정이었다. 아니, 그때보다 더 간절했다. 이대로 경호를 보낼 수 없다고, 손톱이 아프도록 무엇인가를 붙잡고 있었다. 못다 한 사랑에 대한 미련 때문은 아니었다. 남은 생을 죄의식을 안은 채 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이기심이라고 해도 좋았다. 하필이면 다른 남자와 함께 있던 시각에 그가 위급해졌다는 사실이 화인처럼 가슴에 남을까 두려워하는 비겁함이라고 해도 좋았다.
어쨌든 서영은 이대로 경호를 보낼 수 없다고 뒤늦게, 간절히 염원하고 있었다. 전날 오전, 모텔을 나와 바로 병원으로 갔다면 모든것이 달라졌을까? 예정대로 어제 경호를 서울로 옮겼더라면......... 아니, 최소한 다른 남자와 밤을 보내지만 않았더라도........... 서영은 머릿속에서 반복해서 돌아가는 그 생각도 떨칠 수 없었다.
정말로 경호가 무엇을 인지하고 있었던 건 아닐까 싶기도 했다. 서영이 처음 인수와 밤을 보낸 날 그의 신체 리듬이 불안정해졌고, 인수와 환선굴에 갔을 때 혈압이 떨어졌다. 그리고 또 인수와 있는 동안에 그가 걷잡을 수 없이 위급한 상황으로 치달아갔다. 의식 없이 누워 있는 동안에도 그는 모든걸 감지하고 있었던 걸까. 그런 생각이 들 때면 죄의식과 모멸감에 몸이 말랐다.
중환자실 앞에서 기다리면서, 그 자리에서 서영은 살면서 지은 모든 죄를 꺼내놓고,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들을 불러놓고 빌었다. 제발 그이가 살아나게만 해달라고,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어떤 것이든 내놓겠다고 다짐했다. 처음 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와 수술실 앞에서 기도했던 것처럼, 아니 그때보다 더 간절하게 빌었다. 만약 경호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서영은 절대로 자신을 용서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절대로, 결코.
담당 의사가 중환자실 문을 열고 나왔을 때, 그러나 서영은 모든 것이 끝났음을 알았다. 의사는 벌써 사색을 띠는 서영의 낯빛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 오후 3시 23분에 돌아가셨습니다."
서영은 혀가 안으로 말려들고 숨이 도로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 같았다. 날숨을 잘 내쉴 수 없었다. 숨이 쉬어지지 않으니 말도 뱉어지지 않았다. 떨리는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쥘 때 의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들어가서 확인하세요."
죽은 경호를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서영은 마음이 그렇게 움직일 줄 몰랐다. 갑자기 그에 대한 뒤늦은 애착이 일면서 그의 모든 것이 아깝고 또 안타까웠다. 이대로 떠나보낼 수는 없다고, 그의 침대로 다가가 그의 얼굴, 그의 몸을 어루만지듯 바라보았다. 눈 속에 새겨 넣을 듯이, 결코 잊지 않을 듯이.
경호를 보고 있는 동안 서영은 뱃속 깊은 곳에서 무엇인가가 거꾸로 솟구쳐 오르는 것을 느꼈다. 꿈틀거리면서 요동치는 어떤 생물체 같은 것이 내장을 역류하며 올라왔다. 입으로 뱉으면서야 서영은 그것이 통곡이라는 것을 알았다. 통곡 속에는 죄의식보다 더 큰 분노가 들어 있었다. 아니야, 아직은 아니야.
서영은 아직 경호를 보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아직도 그와 주고받을 게 많이 남아 있었다. 그는 우선 깨어나야 했다. 깨어나 무슨 말이든 해야 했다. 거절당한 사랑, 못다 한 사랑, 분노가 된 사랑, 죄의식이 된 사랑............ 그 모든 사랑에 대해 그는 해명하고, 또 서영의 말을 들어주어야 했다. 한마디 말도 없이, 양해조차 구하지 않고, 그런 식으로 가버린 경호에 대해 서영은 내면의 분노를 경험했고, 시간이 갈수록, 그 분노의 진정한 대상은 경호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것은 자기 자신이었다. 서영은 경호의 죽음에 대한 책임의 대부분이 자신에게 있는 것 같은 자책감도 느꼈다. 물론 ' 오비이락(烏飛梨落)'의 상황이었겠지만 어쨌든 배는 떨어졌고, 그 책임은 까마귀에게도 있었다. 배를 잘 관리하지 못한 농장 주인이나, 하필이면 그때 불어온 강풍이나, 스스로 튼튼하게 자라지 못한 배에게도 책임은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정말 까마귀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서영은 알고 있었다. 까마귀가 날아오르면서 배나무 가지를 흔들었다는 것을, 배의 연한 속살에 부리를 박고 싶어 오래도록 배를 노려보았다는 것을, 서영은 경호의 영정 사진 앞에 허리를 굽히고 앉아 까마귀를 생각했다. 배가 떨어진 것에 대해서 까마귀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인수는 화분을 들고 장례식장에 들어서면서 서영이 상복 차림으로 영정 사진 앞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서영은 고개 들어 영정 사진을 바라보고, 이내 고개 돌려 자신의 발밑을 내려다보았다. 영정 사진 속 양복 차림의 경호는 자신감 넘치고 즐거운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유난히 두둑해 보이는 볼살 때문에 여유롭고 관대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풍기기도 했다.
인수는 그 사진을 보면서 느닷없는 패배감을 느꼈다. 이제는 저 사람과 경쟁할 수 없겠구나. 그는 이런 방식으로 세상을 버림으로써 수진에게도, 서영에게도 영원한 추억, 지울 수 없는 기억으로 자리잡겠구나. 인수는 아무리 노력해도 화인같이 새겨질 그 기억과는 게임이 안 되리라는 사실을 직감했다.
인수가 선뜻 참배 장소로 올라서지 못한 채 서 있을 때 누군가 다가와 " 누구를 찾으십니까?" 하고 물었다. 그 말소리를 듣고 서영이 이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인수를 발견한 서영은 잠시 굳은 듯 움직임이 멎더니 무릎을 짚으며 천천히 일어났다. 차가운 눈빛이었다. 상복의 흰빛이 얼굴에 반사되어 눈빛이 더 날카롭게 보이는 것 같았다.
인수는 들고 간 화분을 입구 쪽에 놓은 후 우선 영정 앞에 향을 피우고 두 번 절했다. 그런 다음 서영 쪽으로 몸을 돌려 그녀와 마주 섰다. 서영은 변함없이 냉정하고 딱딱한 표정으로 인수를 건너다보았다.
인수는 서영에게 괜찮으냐고 물으려다가 그만두었다. 괜찮지 않다는 걸 두 눈으로 번연히 보면서 그런 질문을 한다는 건 희극이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다. 물론 그 말 역시 아무 의미도 없었고 어떠한 위안도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앞의 말과 다를 바 없었다.
인수는 서영을 향해 깊숙이, 그리고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보였다. 마주 인사한 후 고개 드는 서영의 얼굴은 여전히 차가웠다. 그 표정은 다른 무엇에 대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화가 나 있는 얼굴이었다. 자신을 용서할 수 없는 자의 눈빛, 자신을 벌주고 싶은 자의 표정이었다. 인수는 진심으로 서영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생각났다.
'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비록 남편의 임종을 지키지 못했지만, 그 시간에 남편에게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남편을 죽인 것은 아니에요. 그 사실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또 명심했으면 좋겠어요.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기 몫의 삶이 있고, 당신 남편에게는 그만큼의 삶이 허용되었을 거에요. 그럼에도 만약 누군가를 벌주고 싶다면 그때는 당신이 아니라 나를 원망해요. 내게 화를 내요.'
인수의 마음이 전달된 걸까. 서영의 눈빛에서 날카로운 기운이 수그러들더니 이내 시선을 돌려 인수를 외면했다. 그녀의 오른쪽 옆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인수는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다른 것임을 알아차렸다.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단 하나였다. 이대로 끝낼 수는 없어요. 나를 떠나지 말아요. 장례식장이 울리도록 큰 소리로, 죽은 경호까지 들을 수 있도록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고개를 외로 꼰 채 서 있는 서영은 다시는 인수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녀에게서 건너오는 차고 딱딱한 느낌으로 인수는 그것을 알아차렸다. 다 끝났음을, 이제는 절대로 돌이킬 수 없음을.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모두 끝났음을 스스로에게 인식시키기 위해 그토록 먼 길을 달려왔던 모양이었다.
이별이나 단절 같은 것이 눈빛으로, 침묵으로 전달될 때 더 고통스럽다는 것을 인수는 처음 알았다. 이제 만나지 못하겠어요. 그렇게 말로 표현하면 모든 것이 단순해졌다. 그저 이별의 칼날이 깊숙이 찌른 상처 하나만 잘 다스리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차가운 눈빛으로, 냉담한 무언(無言)으로 통보받는 이별은 한층 복잡했다. 그속에는 단절의 고통뿐 아니라, 끊임없는 미련, 신호를 잘못 읽은 게 아닌가 하는 의심, 아직도 여지가 남아 있을 듯한 희망........... 들이 뒤섞여 있었다.
인수는 벌써 가슴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결별의 느낌을 참아내면서 입구에 놓인 화분을 가져다 서영에게 내밀었다. 서영은 화분을 바라보며 한동안 아무 말도, 아무 행동도 보이지 않았다. 인수가 화분을 조금 더 앞으로 내밀자 그제야 멈칫거리는 듯한 동작으로 화분을 받아 들었다. 그 화분을 내려다보는 시선에 더 강한 분노가 깃드는 것 같아 인수는 자신의 어리석음을 잠깐 원망했다.
다섯 시간을 달려가서 5분 동안 서영의 얼굴을 보고 다시 다섯 시간을 돌아가는 길은 아주 멀었다. 인수는 자신이 어디를 향해 가는지 알 수 없었다. 아니, 갈 곳이 없다는 느낌이었다. 삼척으로도, 서울로도, 영안실로도........... 어디로도 갈 수 없었다. 인터체인지를 알리는 도로 표지판이 나타날 때마다 인수는 낯선 도로로 차를 몰고 들어서게 될까 봐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거기가 아마 남원주 인터체인지쯤이었을까, 인수는 결국 비상등을 켜고 갓길에 차를 세웠다. 차에서 내려 가드레일에 기대 서 있자니 곁을 지나가는 차량들이 일으키는 바람에 몸이 흔들렸다. 인수는 갓길에 멈춰 서 있는 동안 자동차들이, 사람들이, 그리고 시간이 자신을 스쳐 지나가버리기를 바랐다. 자신의 존재와 무관하게 세상이 흘러가, 사람들이 자신을 잊어주었으면 싶었다.
오래도록 시간 뒤편에 서 있다 보면 어느 날 행복해 보이는 연인들이 찾아와 " 이 나무는 4백년이나 살았대" 라고 말하며 자신의 다리를 만져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러면 인수는 한두 장 낙엽을 떨구어 그들에게 대답해줄 수 있을 것이다. 괜찮아요, 다 괜찮아요. 가드레일에 기대 선 채 인수는 당분간 그 지방 도시에 더 머무르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 그렇게 하자고 수진을 설득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차를 몰았다.
09문상2(問喪)(MainThemePianoSolo),(ⅡStoryFrom_AprilSnow).wma
옮기면서.. 잘못 쓰여진게 있더군요...
남원주 인터체인지쯤이었을까, 경호는 결국 비상등을 켜고... 이렇게 적혀 있네요..인수였을텐데..ㅋ
그래서...전 걍 인수로 바꿔서 옮겼습니다......
따뜻한 햇살과 봄바람의 여운을 즐기느라.. 요즘 넘 늦게 외출 소설을 올려서 죄송해요~
근데..사실 이제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소설 외출이기에... 자꾸만 뒤로 밀어내고 있다는 것도... 맞는 얘기인듯....ㅡㅡ;; ㅋ
이궁~ 이제 2~3번 정도만 더 올리면 정말 끝나겠네요... 4월에...... 끝나는 외출 소설.........이 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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