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스크랩] ♡ 외출...소설로 보다..그 두번째 이야기..

중독1106 2008. 3. 17.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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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영이 인수를 처음 본 것은 경찰서에서였다. 지방 소도시의 경찰서 실내 풍경은 자신의

머릿속만큼이나 혼돈스럽고 무질서해 보였다. 책상들 사이의 좁은 통로를 지나 김정섭 경장을

찾아갔을 때 그는 서영의 신분을 확인한 후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아직 한 사람이

안왔다는 것이다. 서영은 그때까지도 반쯤 넋이 나간 상태여서 경찰관이 하는 말을 귀담아 듣지도,

말뜻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했다. 그저 경찰서 내부가 거대한 혼돈의 공간 같고, 그 어지러운

사물들에서 무수한 소음이 솟아오르는 것 같았다.

 

  입구 쪽에서 " 김정섭 경장님 자리가 어딥니까?" 라는 목소리가 들려오자 서류를 살피던

경찰관이 고개 들어 " 강수진씨 보호자 되세요?" 라고 물었다. 그렇다고 대답하면서 한 남자가

곁으로 다가올 때에야 서영은 뒤늦게 한 사람이 안 왔다는 경찰관의 말을 이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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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낯선 사람이었다. 카키색 바지에 검은 점퍼를 걸쳐 입고 있다는것, 열린 점퍼 속으로 흰색 티셔츠와

회색 남방셔츠를 겹쳐 입은 게 보인다는 것, 걸음이 성큼성큼 빠르다는 것이 먼저 보였다.

특별한 인상을 가진 사람은 아니었다. 흰 얼굴에 안경을 끼고 있어 점심시간에 도심으로 쏟아져 나오는

샐러리맨들 가운데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얼굴이었다. 정장 슈트가 아니라 캐주얼한 복장을 하고 있어

창백한 낯빛과 거친 옷차림이 부조화하다는 느낌을 주었지만 그 모든 것이 자신과 상관없는 사람이었다.

 

남자가 서영에게 목례를 한후 옆자리에 앉자 경찰관은 보고 있던 서류철을 두 사람 쪽으로 내밀었다.

 

  " 두 분 중 누가 운전자인지는 아직 파악이 안 됐습니다. 두 분 모두 차량 밖에서 발견되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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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류철이 펼쳐진 페이지에는 사고 현장을 찍은 사진 두 장이 붙어 있었다. 그제야 서영은 옆자리의

남자가 누구인지 짐작할 것 같았다. 남편과 함께 사고 당해 중환자실에 누워 있는 그 여자의

배우자일 것이다. 서영의 정지된 듯한 머릿속에 출장떠난 남편에게 동행이 있었다는 사실이

새로운 전기 신호처럼 인식되었다. 그것도 여성인 동행이었다.

 

  " 윤경호씨 차량이어서 그분이 운전했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조사는 정확히 해야 합니다."

 

경찰관은 운전한 사람은 가해자가 되고 조수석에 탄 사람은 피해자가 된다고 했다. 물론 가장 큰

피해자는 트럭 운전자라고 말하면서 서영 앞에 있는 서류철을 한장씩 넘겨 보였다.

흉측하게 찌그러진 가드레일과 밑동이 패인 나무, 길 바깥으로 튕겨져 나가 논바닥에 팽개쳐진 듯 박힌

승용차가 보였다. 승용차 앞유리는 완전히 깨져 있고 군데군데 핏자국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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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럭은 승용차를 피하려다가 반대편 차선을 넘어 계곡 아래로 추락했다고 한다. 20여 미터쯤 되는

낭떠러지 아래로 추락한 트럭은 말라붙은 강바닥의 자갈 위에 찌부러진 채 엎어져 있었다.

서영이 먼저 사진으로부터 고개를 돌렸을 것이다. 얼마간 더 지켜보던 남자도 끝내 사진을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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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럭 운전자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

  " 그 사람은 부상이 심해서 더 큰 병원으로 후송되었습니다. 대구로 갔는데 워낙 부상이 심해서......."

 

  경찰관은 무슨 말인가를 이으려다가 그만두었다. 서영도, 옆자리의 남자도 그가 중단한 말을

채근하지 않았다.

 

  " 그런데 강수진씨와 윤경호씨는 어떤 사이인가요?"

  " 그이는 오늘 삼척에 출장을 간다고 했어요. 거기에 지점을 낸다구요."

 

  서영은 자신의 답변이 마치 남편의 행적에 대해 변호하는 듯하다고 느꼈다. 함께 사고당한 여자

때문일 것이다. 옆자리의 남자 역시 서영과 비슷한 태도로 대답했다.

 

  " 아내는 인테리어 회사 팀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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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영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외식업 프랜차이즈는 모든 지점이 똑같은 메뉴와 식재료를

사용할 뿐 아니라 실내 인테리어도 동일하게 했다. 남편은 지점을 낼 때마다 실내 인테리어를 맡기는

회사가 있다고 말했다. 새 지점을 개업해서 손익분기점에 도달할때까지의 손실을 인테리어 사업에서

나오는 이익으로 만회할 만큼 두분야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인테리어 동업자가 여성이라는 점이

다소 의외였지만 얼마든지 이해할 만했다.

 

  " 그럼 두 분이 출장을 오셨다가 사고가 난 거네요?"

 

  경찰관은 컴퓨터에 무슨 내용인가를 입력하면서 말을 이었다. 현장에서 채취한 몇 가지 자료를

국립 과학수사연구소에 넘겼으니까 보름쯤 후면 운전자가 누구인지 밝혀질 거라고 했다.

 

  " 그런데 강수진씨는 음주 상태였습니다. 혹시라도..........."

 

  혹시라도 음주 운전이었다면 문제가 더 커질 것이다. 경찰관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옆자리의 남자가

 

" 아내는 술을 못 마십니다" 라고 단호하게 반박했다.

 

경찰관은 그저 고개를 갸웃한 후 컴퓨터 자판을 계속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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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호가 출장길에 동행이 있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지만, 더구나 그 동행이 여성이라는

사실도 몰랐지만 서영은 기본적으로 경호에 대한 신뢰가 있었다. 그는 본질적으로 신사적인

사람이었다. 그동안 서영은 단 한 번도 경호를 다른 여성과 연관지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가 오직 자신만을 사랑한다고 믿어서는 아니었다. 단정한 정장 차림의 경호를 보고 있으면

그가 여자와 껄렁한 농담을 주고받거나 은밀한 드라이브를 즐기는 모습은 상상할 수 없었다.

심지어 잠자리에서조차 그는 젊잖고 조용했다.

 

  선을 봐서 만난 사람이었지만 그토록 가슴 설레는 감정을 느끼게 될 줄은 몰랐다. 그 사랑의

감정이 날이 갈수록 커질 줄도 예상하지 못했다. 결혼 생활 5년 동안 서영에게 한 가지 불만이 있다면

경호가 출장이 잦은 직업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서영과 결혼하던 무렵 경호는 직장 생활을

청산하고 외식업 프랜차이즈를 창업했다. 그후 매년 두세 군데씩 지점을 내어 지금은 열세 개의

지점을 거느리게 되었다.

 

  신혼 때는 경호가 출장 가는 밤마다 혼자 보내기가 무서워 시댁이나 친정집에 가서 자곤 했지만

이제는 그것도 익숙해졌다. 심지어 그의 출장 가방을 꾸리는 재미, 출장길에 가져오는 선물을

즐기는 일상이 편안해져 있었다. 신혼 때는 주로 꽃다발이나 케이크 종류였던 선물도 시간이

갈수록 실용적인 것으로 바뀌었다. 서영도 출장가는 지방의 특산물을 사다 달라고 부탁했다.

 

 경호는 전맘으로 갈 때면 굴비를, 충청도 해안으로 갈 때면 젓갈종류를, 제주도에 갈 때면 한라봉이나

유채꿀을 사 가지고 왔다. 경호가 가지고 오는 지방 특산물은 동네 슈퍼마켓에서 사는 것보다

한결 싱싱하고 맛이 깊었다. 그것을 조리해 함께 식탁에 앉을 때면 짧은 이별 뒤에 사랑이 조금

더 깊어지는 것을 느끼곤 했다. 어제 아침, 경호는 이번 출장지는 강원도라고 했고 서영은 바닷바람에

말린 오징어나 북어를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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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관은 서영과 인수를 옆 테이블로 옮겨 앉도록 한 다음 푸른색 바구니를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바구니 안에는 사고 현장에서 수거해온 개인 소지품들이 들어 있었다. 서영은 바구니 안에서 경호의

것으로 보이는 물건들을 집어내어 경찰관이 건네준 비닐봉지에 넣었다. 휴대전화기, 지갑, 지갑에서

빠져나와 있는 운전 면허증, 그리고 열쇠를 챙겼다. 인수도 맞은편에 앉아 똑같은 방식으로

수진의 물건들을 가려냈다. 립스틱, 선글라스, 휴대전화기, 시계 등을 집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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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스 바닥에는 소유가 명확하지 않은 물건들이 남았다. 톨게이트 영수증과 국립공원 입장권

두 장은 서영이 집었다. 푸른빛 링처럼 보이는 물체가 들어 있는 사각의 반투명 비닐 케이스도

있었다. 그것을 향해 무심히 손을 뻗던 서영은 잠시 동작을 멈추었다. 남성용 피임 기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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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영이 동작을 멈춘 자세로 굳어 있자 인수가 그것을 집어 들었다. 미미한 당혹감이 가슴에 차올라

머뭇거리는 사이, 인수는 비닐봉지의 입구를 여민 후 자리에서 일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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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영은 바구니에 남은 디지털 카메라를 집어 들고 그것을 잠시 살펴본 후 비닐봉지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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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고 차량은 삼호 공업사로 견인되었습니다. 우측 도로로 150미터 쯤 가다 보면 있습니다."

 

  경찰관은 수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서를 나와 공업사를 향해 걷는 동안

서영은 미미한 의혹이 이는 것을 느꼈다. 남성용 피임 기구 때문이었다. 경호는 피임 기구를 사용한 적이

없었고 서영은 간절히 아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병원에 가서 다양한 검사를 받았고 의사가

지시하는 모든 방법을 실천했다. 조금 더 기다려보다가 안 되면 시험관 시술이라도 받아야겠다고

계획 중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경호가 그런 물건을 가지고 있었을 리 없었다. 함께 사고당한 여성의 소지품이라고

생각하기에도 어딘가 아귀가 맞지 않았다. 반투명 사각형 비닐봉지 속에 든 작고 푸른 링이 의혹처럼

눈앞에서 지워지지 않았다. 낯선 것과 맞닥뜨렸을 때 느끼는 긴장감이나 불길함과 같은 감정이었다.

 

  경호의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 서영은 자신의 존재가 전기가 공급되지 않는 가전제품처럼 느껴졌다.

불빛 한 점 없는 그 캄캄한 단절의 느낌 때문만은 아니었다. 다만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다는 단순한

사실이 생활 전체를 마비시킨다는 점 때문에 그랬을 것이다.

 

 결혼 직후 처음 집안 살림을 시작했을 때 그런 경험이 있었다. 정전이 되자 전기밥솥에 밥을

안칠 수가 없었다. 빨래를 하려 해도 세탁기가 돌아가지 않았고, 쉬면서 차나 한잔 마실까 해도

커피 메이커가 작동하지 않았다. 인터넷 요리 동호회에서 새로운 요리법이나 살펴볼까 했지만

컴퓨터마저 켤 수 없었다. 서영은 그때 깊이, 아주 깊이 당황했다. 삶 전체가 전깃줄 위에서

이루어지고 있었구나 싶었다.

 

 경호의 사고 소식 앞에 서영은 꼭 그런 느낌이었다. 전기가 공급되진 않는 가전제품처럼

신체의 어느 기관도 제대로 작동하는 게 없는 듯했다. 걸을 때면 다리가 헛 놓이는 듯했고

물건을 집으려 해도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사고 작용까지 마비된 듯 아무것도 생각하거나

판단할 수 없었다. 사고 작용까지 마비된 듯 아무것도 생각하거나 판단할 수 없었다.

 

몸 전체가 고장난 가전제품이 된 듯했다. 경호가 깨어나야만 자신도 마비의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차라리 산소호흡기를 달고 누운 그의 옆에서 깊은 잠 속으로

빠져들고 싶었다. 서영은 경호가 없다면 자신이 틀림없이 고철더미에 불과한 존재가

될 거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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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쭈욱 이어서 올리면 좋겠지만..손꾸락이 넘 아프긔 ^^;;

 시간의 압박과..애기들과 생활도 해야겠긔..ㅋ

 댓글 놀이도 해야해서뤼~

 걍 이어짐의 묘미엄시..되는대로 짤라서 올릴거 같아요~ ^^;;

 이해 해주세요~~ ㅡㅡ;;

 

 아직은 유닠의 능력이 요정도라 ㅋ 어쩔수가 없네욤 ㅜ.ㅜ

 

 친절한 소설과 불친절한 외출과..조금 친절한 감독판...

 어떤게 더 나은가요??

 소설 외출이 다 올려지고 나면...울님들에겐...어떤게 가장 좋은지..

 얘기 듣고 싶어 진다는........

 

출처 : 배 용 준 과 배 토 미 사
글쓴이 : 유니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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