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스크랩] 외출...........소설로 보다..... 그 아홉번째 이야기...

중독1106 2008. 3. 17. 18:37

 

외출...........소설로 보다..... 그  아홉번째 이야기...

 

 

 

 

 

  인수와 서영은 다시 차에 올라 침묵 속에서 겨울 들판을 달렸다. 하필이면 낮달이 떠 있었다.

그것도 금세 흔적이 사라져버릴 듯한 가녀린 초승달이었다. 푸르스름한 하늘을 배경으로

흐릿하게 떠 있는 낮달은 계속해서 인수와 서영이 탄 차를 따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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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창으로 보이다가 모퉁이를 돌면서 따돌렸는가 싶으면 다시 왼쪽 차창에서 나타나곤 했다.

 눈앞에서 나타났다사라지기를 되풀이하는 낮달을 바라보는 동안 인수는 가슴이 낮달처럼 변하는 것 같았다.

 하얗고 가느다랗고 창백한 어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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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영도 비슷한 마음이었을까. 상가를 나온 후 숨도 쉬지 않는 듯한 침묵 속에 앉아 있던

서영이 사방이 환하게 트여 지평선까지 보이는 벌판에 이르렀을 때 꺽꺽거리는 억눌린 숨을

내쉬었다. 그 소리와 함께 내내 안으로 밀어넣기만 해온 울음이 터진 것 같았다.

 

  " 차 좀 세워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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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소리에 울음기가 가득했다. 인수가 길가에 차를 세우자 서영은 황급히 차에서 내려 텅 빈

도로를 가로질러 건넜다. 벌판을 향하고 서서 속엣것을 올리듯 울음을 토해냈다. 

단 한 번의 울음에도 내장이 달려 올라올 듯해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그 자세가 더 나쁘다는

것을 서영은 웅크리고 앉은 다음에야 알았다. 그 자세는 오래도록, 깊이 울게 되기 좋은 자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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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수는 차에서 내리지도 못한 채 사이드 미러를 통해 서영을 지켜보고 있었다. 둥글게 웅크린 등,

머리카락을 날리며 지나가는 바람, 막 서산으로 넘어가는 태양.......... 그 태양이 흩뿌리는 오늘의

마지막 햇살을 받으며 서영의 등이 미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술 취해 방으로 쳐들어갔던

자신을 그대로 내버려둔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지금 인수가 울고 있는 서영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그녀도 그랬을 것이다. 그저 지켜보는 것 외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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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수는 티슈 상자를 들고 차에서 내려 천천히 서영에게 다가갔다. 서영은 티슈 상자에서 휴지를 뽑아

눈물을 닦고 코를 풀었다. 잦아 들듯하던 울음이 다시 커졌다. 무너질 듯, 그러나 무너지지 않으려

애쓰면서 여자는 울고 있었다. 우는 여자 옆에 서서, 여자를 달래는 법을 배워보지 못한 인수는

그저 그녀가 다 울 때까지, 제풀에 울음을 그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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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벌판에서, 각각 다른 방향을 보고 서서 우는 서영과 그런 서영을 지켜보는 인수는 세상의 

가장자리에 서 있는 게 틀림없었다. 눈앞으로 바쁘게 서두르는 바람이 지나가고, 초연한 듯 떠 있는

구름이 지나가고, 나무 그림자가 발등을 타넘고 지나가는데 두 사람은 그 모든 것의 외연에 있었다.

인수는 느닷없는 소외감에 몸이 저렸다. 비가 내려 세상이 다 젖는데도 혼자 젖지 않는 연꽃잎이나,

태풍에 만물이 흔들려도 혼자 고요한 망루가 느끼는 감정이 있다면 아마도 이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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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단 사망한 트럭 기사의 유가족 만이 아니었다. 세상 모든 사람이, 모든 사물들이 자신을

거부하고 밀어내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힘껏 인수를 밀어내는 사람은 얼굴에 산소 마스크를

쓴 채 끝내 미동 없는 수진이었다. 지방 소도시의 병원 건물이, 바다 쪽에서 불어오는 겨울바람이,

시간에 맞춰 찾아오는 어둠이 모두 자신을 세상 밖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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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바깥에 선 채 인수는 역시 세상 끝에 있는 서영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들먹이는 어깨를

바라보면서 인수는 처음으로 초라하고 가엾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것을 인정하기 싫어서,

패배자의 몰골을 할 수는 없다는 오기 때문에 그동안 더 고통스러웠음을 깨달았다.

그녀가 안쓰럽듯이 자신도 가엾다고, 인수는 진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인정하고 나자

마음의 딱딱했던 부분이 풀리는 것 같았다.

 

  " 괜찮으세요?"

 

  진심으로 여자의 안위를 염려하는 마음도 생겼다. 인수가 말을 건네자 서영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시 울음소리를 높였다. 그녀의 울음소리가 높아질 때 인수는 어깨를 끌어안고 다독여주고 싶었다.

그것이 곧 자신을 위로하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을 이제는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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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루 꼬리만큼 짧다는 겨울 해가 어느 틈에 산을, 지평선을 넘어가고, 다시 차에 탔을 때는 사방이

어둑해져 있었다. 울음 뒤끝에 지쳤는지, 긴 여행이 피로했는지 서영은 차에 타자마자 의자 등받이에

머리를 기대고 잠에 빠져들었다. 차가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꿀 때마다 머리가 차창 쪽으로

기울어지거나 운전석 쪽으로 기울어지거나 했다. 머리가 창 쪽으로 꺾인 채 너무 오래 그 상태로

있을 때 인수는 서영의 목을 바로 세워 등받이에 기대도록 해주었다. 그래도 서영은 잠에서

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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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을 먹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도 인수는 여자의 잠을 깨우고 싶지 않았다. 두 번이나

수면제를 사면서 마주쳤던 여자였다. 잠들 수만 있다면 그것은 세 끼 식사보다 나은 일일 것이다.

인수는 여자가 그대로 자도록 내버려두기로 했다.

 

  인수는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굽은 길을 만날 때마다 속도를 늦추었다. 구비가 심한 곳을 지날 때는

미리 오른손을 뻗어 여자의 머리를 받쳐주었다. 인수가 머리나 어깨에 거듭 손을 대어도 서영은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깊은 잠에 빠진 듯했다. 가로등에 비쳐 그녀의 얼굴이 환하게 드러날 때마다

그 낯빛이 심하게 찡그러져 있는 게 보였다. 원래는 푸른빛이나 초록빛에 가까운 분위기였을 텐데,

최근에 그 색깔 위에 잿빛이 가미된 듯한 이미지를 지니고 있었다.

 

  사고 이후, 그녀와 스치고 마주쳤던 장면들이 많았다. 수술실과 중환자실 앞 복도, 경찰서와 공업사,

모텔과 찻집.......... 그 장면들 어디에서도 그녀는 분노를 표현하거나, 격앙된 낯빛을 보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녀는 고통 속에서도 고요하고 또 고요하기만 했다.

 

  인수는 아무리 파도가 쳐도 한 자리에서 미동 않는 바위, 비바람 속에서도 부동자세로 선

나무를 보듯이 그녀를 보았다. 가끔 그 어깨를 흔들어보고 싶기도 했다. 어깨를 흔들면

단풍나무처럼 빨간 이파리를 떨구어 대답할지 궁금했다. 인수는 마치 그녀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가끔 고개를 돌려 얼굴을 유심히 보곤 했다. 찡그리긴 했지만 그녀의 낯빛은 아이처럼 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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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원도로 접어들자 도로의 굽이가 잦았다. 아무리 조심해서 코너링을 해도 서영의 몸이

좌우로 크게 기울어지곤 했다. 결국 인수는 갓길에 차를 세운 후 서영의 의자를 완전히 뒤로

젖혀 편히 눕는 자세가 되도록 했다. 의자를 젖힐 때 그녀는 잠시 잠에서 깨는 듯했고,

아니에요.......... 라고 잠꼬대처럼 중얼거리며 상체를 일으키려는 듯한 동작을 했다.

인수가 그 어깨를 지그시 누르고 있자 이내 숨을 고르며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우리, 얘기 좀 해요. 서영에게 했던 말이 기억났다. 우리, 얘기 좀 해요. 인수는 그 욕망이

여전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면 묻고 싶은 게 있었다.

당신은 그 완강한 침묵만으로 모든 감정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취해서 쓰러진

나를 볼 때는 어떤 감정이었는지..........

 

  아니다, 그보다도 인수는 그녀를 옆자리에 태운 채 그대로 멀리 달아나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녀를 소유하고 싶다거나 유토피아의 존재를 믿어서가 아니었다. 지금 몸 담그고

있는 상황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어서였다. 지금 이곳이 아니라면 어디든 괜찮을 것 같았다.

일순간에 많은 것들이 전복되는 듯한 느낌이었다. 눈앞의 풍경도, 자신의 마음도.

' 냉장고에 물 있습니다 ' 라는 메모를 남길 때 그녀 역시 이런 마음이었을지 알아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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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척에 도착했을 때는 자정에 가까워 있었다. 긴 하루였지만 그때까지도 서영은 잠에서

깨지 않았다. 인수는 모텔 앞에 차를 세우고 근처 약국에 들러 피로 회복제를 샀다.

그런 다음 자동차 밖에 서서 담배를 피워 물었다. 낯선 여자가 차에서 잠들었을 때

어떻게 깨워야 하는지 그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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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대의 담배를 다 피우고 두번째 담배를 꺼내 물 때 서영이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녀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자동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차 밖에 있는 인수를

발견하자 잠깐 안도감이나 반가움 같은 표정을 지었다.

 

  " 죄송해요. 운전하는 사람 옆에서 혼자 잠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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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소리는 여전히 잠에 취해 있었다. 인수는 빙긋이 웃어 보이며 괜찮다고 말했다.

당신이 옆에 있어 위안이 되었다고, 그러나 뒷말은 입 밖에 내어 말하지 않은 채

묵묵히 약 봉지를 건넸다. 서영은 여전히 몽롱한 동작인 채로 그것을 받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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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마워요."

 

  인수는 그녀의 얼굴에 떠올라 있는 평온한 표정을 유심히 보았다. 불과 몇 시간 전에

땅이 무너질 듯 울던 사람도 아니었고, 잠결에서조차 미간을 찡그린 채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던 사람도 아니었다. 달라진 모습이 신기해서 인수는 몇 번이나 서영의 얼굴을

살폈다. 모텔 복도에서 헤어질 때는 잊은 물건을 내밀듯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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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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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것은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세상 바깥으로 밀려나고, 땅 끝에 존재하더라도,

또 하루를 살아야 했다. 마음이, 또는 풍경이 등 뒤에 어떤 모습을 준비하고 있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작은 동작으로 목례를 보내는 저 여성의 등 뒤에도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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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참아온 고통을 다 개워내듯...그렇게..

 그렇게 긴 울음을 토하는 서영...........

 

 그......... 긴울음 끝엔 인수가 서 있고...

 

 인수의 마음에도.....  긴......... 울음이 흐를 거라는 거..........

 

 

 
출처 : 배 용 준 과 배 토 미 사
글쓴이 : 유니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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