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스크랩] 외출.......소설로 보다........ 열 다섯 번째 이야기........

중독1106 2008. 3. 17. 18:41

 


  동해안을 끼고 달리는 해안도로는 봄빛을 받아 검은 아스팔트조차 은빛으로 빛나고 있었다.

인수는 앞에서 머뭇거리는 빨간색 승용차를 추월하려다가 아차, 싶은 마음으로 속도를 늦추었다.

그리고는 경적을 울리지도 않은 채 느린 자동차를 천천히 뒤따라갔다.

속도를 늦추니 오른쪽으로 펼쳐지는 바다가 눈이 멀 것 같은 은빛을 반사하는 게 보였다.

왼쪽 해송 숲에는 지난겨울을 용케도 견뎌냈구나 싶게 어린 나무들이 서 있었다. 새롭게 방품림을

조성하는 모양이었다.

 

  인수는 지방 소도시에서는 시간이 서울과 다른 속도로 흘러가는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서울의 시간이 휘몰아치는 폭풍이나 격랑같은 것이라면 지방 소도시의 시간은 미풍처럼 느리고

부드러웠다. 서울에서는 늘 시간에 쫓겨다닌 것 같았는데 여기서는 시간을 데리고 다닌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간이 친구처럼 곁에 머물며 잠을 깨워주고, 쉬어야 할 때임을 알려주었다.

나무 그림자가 이동하는 광경처럼, 꽃망울이 벙그는 모습처럼 시간의 구체적인 실체가 눈앞에 보이는

때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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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수는 여전히 느린 속도로 빨간색 승용차를 따라가면서 고개 돌려 서영을 바라보았다. 서영은

창밖 풍경에 넋을 완전히 빼앗긴 모양이었다. 상체까지 앞으로 세운 채 창밖의 무엇인가를 골똘히

바라보고 있었다.

 

  " 뭘 그렇게 열심히 봐요?"

 

  서영은 그제야 상체를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인수를 보고 웃었다. 그 웃음이 들판을 지나가는

구름처럼 느껴졌다. 조용하고, 초연하고.

 

  " 어린 나무들이요, 봉숭아만 한 나무들이 언제 자라서 키 큰 숲이 될까 싶어서요."

 

  " 우리보다 오래 살면서 그렇게 되겠죠."

 

  서영은 공원의 나무들을 떠올리며 웃었다. 인수는 서로 비슷한 생각을 했다는 게 신기해서 웃었다.

해송 숲 너머 들판에는 새로운 초록색으로 칠해지고 있었다. 가만히 보면 그 초록색들 사이에

노란색을 띠는 것들이 섞여 있었다. 인수는 그것들이 양지꽃, 민들레처럼 이른 봄에 가장 먼저

피는 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과학자들은 이른 봄에 피는 꽃이 노란색인 이유는 햇빛을 적게 쬐인 까닭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색깔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노란색이 가장 에너지가 강한 색이어서 먼저 언 땅을 뚫고

나온다고 말한다. 인수는 두 가지 설명 모두 옳은 것 같았고, 옳아 보이는 두 정의가 모두 수진에게

해당된다고 믿고 있었다. 수진이 그토록 많은 일을 하고 그토록 많은 사람을 만나는 이유는

마음의 일조량을 확보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었다. 노란색의 이미지를 가진 수진이.........

그러나 인수는 고개 저어 수진에 대한 생각을 털어냈다.

 

  " 여기서는 시간이 서울과는 다르게 흐르는 것 같죠?"

 

  앞서 달리던 빨간색 승용차는 어느 샛길로 빠졌는지 보이지 않았고 눈앞에는 겨우 차 한 대가

지나갈 정도로 좁은 콘크리트 다리가 나타났다. 다리 건너편 초입으로 트럭이 진입하는 것을 보며

인수는 길가에 차를 세웠다.

 

  " 네. 어떻게 다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주 시간에 대해 생각하게 돼요. 350년 된 회화나무나

9백 년 된 누각 같은 걸 봐서 그런지.......... 바다에서 7년이나 8년쯤 자랐다는 가리비 조개를

1분 만에 먹어치울 때도 그렇고요."

 

  인수는 서영을 돌아보았다. 그녀는 알면 알수록 예측할 수 없는 내면을 많이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그녀를 만나는 일이 즐거웠다. 그녀는 다리를 건너오는 파란색 트럭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언제 따라붙은 걸까, 트럭 뒤로는 봉고, 택시, 지프 차가 뒤따르고 있었다. 트럭 운전기사는 다리를

건넌 후 인수 곁을 지나며 고맙다는 표시로 손을 들어 보였다. 인수는 어떨껼에 마주 손을 들어

답례했다. 트럭뿐 아니라 뒤따라오는 봉고, 택시, 지프 차 기사들도 똑같이 손을 들어 보였다.

그들 모두에게 계속 손을 들어 보이면서 인수는 다소 당황했다. 좁은 길에서 나중에 접어든 차가

비켜서는 건 당연한 일이어서, 큰 도시에서는 그렇게 일일이 손을 들어 고마움을 표하는 일이 없었다.

인수의 당황한 마음을 알아챘는지 서영이 낮은 소리로 웃었다.

인수도 봄빛처럼 맘껏 웃으며 자동차를 출발시켰다.

 

  인수는 서영이 서울로 와주었을 때, 한강변을 걸으며 스스럼없이 대해주었을 때, 먼저 손을

잡아주었을 때, 고마웠다. 다시는 회복될 수 없을 듯 침체되어 있던 감정을 추스리고 그 관계에 대한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녀의 집 앞에서 망설였던 것은 다른 무엇을

기대해서가 아니었다. 다만 그녀와 함께 조금이라도 더 머무르고 싶어서였다. 그처럼 애달픈 감정이

생긴 게 얼마 만인가 싶어 유심히 그 감정을 짚어보기도 했다.

인수는 새삼 고개를 돌려 또다시 서영을 바라보았다. 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머리카락을 날리면서

그녀는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들도 이렇게 사랑했을까........... 서영은 바닷바람에 날리는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멀리 시선을

밀어냈다. 벼락 치듯 서울로 올라가 인수를 만나고 온 후 또 일주일쯤 흘렀다. 지방 소도시에서

병원과 모텔을 오가는 삶이 다시 반복되고 있었다. 인수와 일상을 공유하고 정보를 교환하면서

그것들과 함께 어떤 감정도 나누었다. 말할 수 없는 것,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것, 누구에게도 보여줄

수 없는 어떤 것들이 두 사람 사이를 흐르며 출렁이고 있었다.

 

  서영은 봄꽃들이 다투어 피기 시작하는 화원에서 자잘한 잎이 풍성하게 돋은 화분 두 개를 샀다.

화원 주인은 그 화초 이름이 러브체인이라고 일러주었다. 이름이 좀 노골적이었지만 그래도 생명력이

강해 보이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화분 하나는 경호의 머리맡에 놓아 두고 다른 하나는 인수에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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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이지 마세요." 화분과 함께 건넌 그 말에 서영은 아주 많은 의미를 담았다.

 

  인수는 그 말에 담긴 의미들을 알아들은 것 같았다. 그는 서영에게 고맙다고, 잘 키우겠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내왔다. 보답으로 영화를 보여주고 싶다는 말도 문자 메시지로 전했다.

거의 비어 있는 영화관에서 서영은 인수와 함께 지리멸렬한 우리네 일상을 있는 그대로 지루하게

담아낸 영화를 보았다. 영화를 보면서 더 가까이 인수의 숨결을 느꼈다.

팔뚝에 와 닿는 솜털의 생생한 감촉까지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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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서영은 준비가 된 것 같았다. 아니, 자의적으로 어떤 준비를 한 게 아니라 내면의 욕망이

더 이상 통제되지 않는 지점까지 증폭되었다는 표현이 옳을 것이다. 더 깊이 그 관계의 핵심에

도달하고 싶었고, 더 많이 인수를 느껴보고 싶었다. 직설적이고, 전면적이며, 전폭적인 어떤 관계에

도달하고 싶어 가슴이 뜨거운 물처럼 출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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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수도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차를 달리며, 시간과 풍경에 대해 이야기하며, 이따금 마주 보고

웃으며, 두 사람은 무엇인가를 예감하고 있었다.

말없이 서로의 욕망을 전달하고, 그 뜻을 수용하면서 무언의 약속이 이루어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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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만큼 앞쪽 언덕배기에 바다를 내려다보고 서 있는 호텔 건물이 보일 때 두 사람은 동시에

서로를 마주보았다. 서영이 먼저 고개를 끄덕였고 인수는 말없이 호텔 주차장으로 차를 몰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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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주차장에 차를 세운 후에는 잠시 바다를 바라보며 앉아 있었다.

눈이 멀듯 하던 은빛 바다가 각도를 바꾸어서 보니 짙푸른 색으로 보였다. 서영은 손을 뻗어

인수의 손을 잡았다 놓은 다음 먼저 차에서 내렸다. 뒤따라 내린 인수가 다가와 서영의 손을

잡았다. 서영은 오래도록 함께 산 부부처럼 인수의 손을 잡고 천천히 호텔 로비로 걸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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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그것은 겉으로 보이기 위한 표면적인 자연스러움일 뿐이었다.

내면에서 서영은 발이 땅에 닿지 않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느낌은 가끔 정수리를 아찔하게

자극했고, 그때마다 온몸이 열기에 휩쓸린 듯 허천거렸다.

몸으로 번져가는 몽롱한 감각, 간단없이 얼굴을 쓸고 지나가는 바닷바람 아래서 서영은

아무래도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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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 방에 들어갔을 때 서영은 그 방에 네 사람이 있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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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가 서영의 재킷을 벗길 때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경호가 있었고, 서영이 인수의 목에

두 팔을 두를 때는 그 목을 쓰다듬는 수진의 손길이 있었다. 인수가 낀 반지의 금속 감촉이

등에서 느껴질 때는 경호의 손에 끼워진 반지가 떠올랐고, 인수가 어깨 쪽으로 머리를 묻을 때는

디지털 카메라에서 봤던 동영상이 보였다. 서영은 의식이 명료한 상태로 세번째 시선, 네번째

시선을 감지하곤 했다. 테이블위에, 유리창 근처에 그 시선들이 떠다니곤 했다. 그들도 이렇게

사랑을 나누었을까? 그 생각에 놀라 서영은 인수의 가슴 더 깊이 얼굴을 묻었다.

그러자 다른 생각이 따라왔다. 그는 아내와도 이렇게 사랑을 나누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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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에는 패자만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의 감정이 이동하는 경로를 따라가면

첫번째 사랑은 두번째 사랑에 대한 패배자일 것이다. 그러나 두번째 사랑은 영원히 그 첫번째라는

자리를 쟁취할 수 없고, 늘 첫번째 사랑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또한 패배자였다.

사랑에서는 모두들 패자가 되는구나............ 서영은 그 패배감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인정하기로 했다.

그러자 비로소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그 방에 있던 다른 두 사람을 떠나보낼 수 있었다.

 

  서영은 인수의 존재를 더 깊이, 더 많이, 더 생생하게 느꼈다. 머릿결의 감촉, 볼의 온기, 가슴의 편안함,

배의 탄력.......... 현장 작업이 많은 탓인지 그의 몸은 근육으로 다져져 있었다. 어느 곳에 손을 대어도

튕기듯 미끄러져 나올 정도로 탄력이 있었다. 서영은 그의 얼굴을, 어깨를, 가슴을 쓰다듬으며 실체가

잡히지 않는 안타까움, 아까움을 느꼈다. 귀한 학용품을 사용하기 아까워 책상 서랍에 모셔두고 거듭

꺼내보기만 했던 유년의 감정이 되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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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마음 때문이었을까. 막상 인수를 안았을 때는 마치 깃털이나 풍선 같은 것을 안고 있는

느낌이었다. 무게나 부피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조금만 더 세게 힘을 주면 비눗방울처럼 터져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 같았다. 그 안타까움과 아까움 때문에 서영은 더 세밀하게, 더 부드럽게

그를 안았다.

 

  인수는 서영을 안았을 때 그녀의 몸에서 나는 음악 소리를 들었다. 낮은 숨결, 부드러운 호흡,

가느다란 신음........... 서영의 몸은 인수의 손길에 반응하면서 높이나 길이가 다른 다양한 소리를 냈고,

인수에게 그것은 음악처럼 들렸다. 서영의 몸에서 나오는 음악을 듣고 있으면 거기서 빛이 보였고,

다채로운 빛 속에 몸을 담그고 있으면 거기서 다시 미묘한 사랑의 감정이 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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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레미파솔라시'에 대응하는 ' 빨주노초파남보'만 있는 게 아니었다. 그 색과 음에 대응하는

일곱 가지 감정이 있었다. ' 희로애락애오욕.'  인수는 서영을 안은 채 인간이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감정들이 내면에서 고루 체험되는 것을 감지했다. 그녀를 안고 있는 동안 기뻤다가 비애로웠다가,

즐거웠다가 노여워졌다. 인수는 그 모든 감정들이 사랑을 구성하는 요소들일 거라고 생각했다.

 

  내면에서 느껴지는 다채로운 사랑의 감정은 다시 육체의 감각으로 치환되었다. 인수는 전신에서

산발적으로, 다양하게 느껴지는 일곱가지쯤 되는 감각을 향유하기도 했다. 차가움, 뜨거움, 간지로움,

부드러움, 아픔, 전율, 압박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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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수는 오감을 모두 연 채 풍성한 빛으로 이루어진 들판을 유영했다. 부드러운 애무의 노란빛,

절정으로 오르는 오르막의 붉은 빛, 정점에서 만나는 보랏빛이 있었다. 급하게 내리막으로 떨어질

때의 감색, 휴식 같은 초록색이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흰빛 침대 위에서 비로소 현실감을 되찾았다.

 

  " 당신 몸은 몸 이상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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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수는 여전히 서영을 안은 채 몸을 쓰다듬고,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도

닦아주었다. 서영은 그의 손길과 눈빛이 내면으로 스며들어 위장이나 심장쯤에 수북이 쌓이는 것 같았다.

 

  " 몸에서 음악 소리가 나고, 소리에서 색깔이 나오고, 그 색에서 다시 향기가 퍼져요.

봐요, 당신 살 냄새가 얼마나 향기로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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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수는 서영의 팔을 들어 코 가까이 대주었다. 특별한 냄새를 맡지는 못했지만, 인수의 말을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서영은 그 말을 결코 잊지 못할 거라는 것을 알았다. 그동안은 아무도

서영에게 그런 식으로 말해준 사람이 없었다.

 

  인수의 말과 함께 서영은 또 한 가지를 기억하리라 다짐했다. 오래되고 무겁고 완강한 금기를

깨뜨리는 순간이 이토록 아무렇지도 않았으며, 심지어 충만하고 행복했다는 사실을.

아마도 모든 금기의 뒤편에는 치명적인 쾌락이 존해하며, 그 쾌락만 한 응보가 따를 거라는 점을.

그것을 기억하면서 서영은 인수의 팔을 베고 인수보다 먼저 잠이 들었다.

 

  서영은 다음 날 새벽에도 먼저 잠에서 깼다. 서영은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젖히고 푸른 바다 위로

하늘이 푸르스름하게 밝아오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푸르스름한 빛이 실내로 스며들도록 커튼을

조금 더 젖힌 후 그 빛을 받는 인수의 얼굴을 오래 바라보았다. 그는 이제 낯을 찡그리거나 미간에

주름을 세우고 있지 않았다. 잠결에 가슴을 흐득거리거나 이를 갈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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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에 아무것도 없는 사람의 얼굴, 무념무상이나 무욕의 표정을 지으며 잠들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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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은 그것만으로도 이 관계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있다고, 공연히 자기 변명 같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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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늦게 잠에서 깬 인수는 서영과 시선이 마주치자 감미로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서영을 끌어당겨

품에 안고, 볼을 어루만지고 천천히 등을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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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시 한 번 오래된 금기를 깨는 행위를 했다.

두번째는 첫번째보다 쉽고, 편안했고, 심지어 금기에 대한 자각조차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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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부파일 17정사(情事)Ⅰ(ⅡStoryFrom_AprilSnow).wma


 

 

   

 

 

  아픈 기억을 모두 지워 버리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

  길을 떠나는 것일까요...........

 

  아님...

  그저 또 하나의 불륜을..

  사랑이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포장한것일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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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수와... 서영의 아픔을.... 감싸 안아 주고픈....

 

 

 

출처 : 배 용 준 과 배 토 미 사
글쓴이 : 유니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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