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18일 목요일
장소: 철새 도래지 안덕 계곡
날씨: 맑음
오늘은 현고와 수지니가 여행을 하는 장면을 촬영한다.
철새 도래지의 촬영을 끝내고 안덕 계곡으로 이동해서
거기서 나무 위로 올라가는 수지니를 촬영했다.
그리고 새똥이 현고의 얼굴 위에 떨어지는 장면.
준비되어 있던 새똥을 연출부가 신호에 맞추어 얼굴에 떨어뜨렸다.
얼핏 보면 겨자 소스처럼 보였지만 정말 새똥이라고 했다.
현고가 열심히 연기하는 사이 소도구 팀은
‘제발 입에는 들어가지 않기를!’
조마조마 기도하는 것 같다.
2007년 1월21일 일요일
장소: 국내성
날씨: 맑음
오랜만에 어린 담덕 역의 유승호가 촬영에 나타났다.
제주도에 길게 있으면 배우가 교대로 들고나는 것이 재미있다.
우리 드라마에는 원래 많은 연기자들이 출연하기 때문에
긴 시간 계속 함께 있는 배우가 없다.
모두 하루 아니면 2일,3일 있다가 사라져 버린다.
또 일주일 길면 한달 만에 보는 일도 자주 있다.
승호도 10월 촬영 이래 오래간만이다.
그 사이에 승호군은 쑥 컸다.
키도 컸고 씩씩하게 성숙해졌다.
올 때마다 “이제는 확실히 청년이 되었네!”라는
소리를 듣는 승호는 부끄러운 듯 하다.
2007년 1월 22일 월요일
장소: 국내성
날씨: 맑음
연부인 역의 김선경씨가 더 살이 빠져 예뻐져서 등장했다.
그녀는 공연으로 바쁘게 지내고 있다고 했다.
오늘은 술에 취해서 담덕에게 시비를 거는 장면이었는데
준비 중 세트에 불이 옮겨 붙는 사고가 있었다.
다행이도 불은 곧 꺼졌지만 현장에는 긴박감이 퍼졌다.
이 때도 “나 인기가 오를지도 모르겠네! 내 장면에서 불이 확 붙었잖아?”라면서
그녀의 재치와 애교로 긴박했던 분위기를 순식간에 녹여버리고 말았다.
헤어지기 섭섭하지만 그녀는 오늘이 마지막 촬영이었다.
2007년 2월 27일 화요일
장소: 담양 소쇄원
날씨: 맑음
작년 5월 이후 오랜만에 소쇄원을 방문했다.
잡혀있던 장남들이 살해당하자 그 누명을 뒤집어 쓴 담덕 일행을 찍는 장면.
밤은 아직 겨울의 추위가 남아 있어서 모두들 겨울 점퍼를 입고 촬영 준비를 한다.
작은 방 가운데 부족장들의 장남들이 손을 묶인 채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이 날 정말 힘들었던 사람들은 추위에 떠는 스텝들 보다도
무릎을 꿇고 앉아 죽음을 맞지 않으면 안 되는 그들이다.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힘들어 보인다.
그들은 조명과 카메라 세팅을 하고 있는 긴 시간 동안
그 자세로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촬영이 늦어지자 누군가가
“쟤네들 코에 침 좀 발라 줘. 피가 통하지 않잖아!”라고 한마디 했다.
그들도 “빨리 죽는 쪽이 나아요. 앉아 있는 게 더 괴로워요.”라고 했다.
결국 새벽이 지나서 그들은 죽음을 맞이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끈적거리는 피에 범벅이 되어서 누워있어야만 했다.
그것도 힘들어 보인다.
그래도 그들은 앉아 있는 것 보다 낫다고 한다.
2007년 3월12일 월요일
장소: 성읍 스튜디오
날씨: 맑음
오늘은 양왕 즉위식과 양왕 장례식 촬영이 있다.
오랜만에 독고영재씨,박상원씨가 모였고 유승호군과 박은빈양도 얼굴을 보였다.
어린 담덕역의 승호는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그 때문인가 얼굴이 밝아 보인다.
초콜릿을 먹고 있었는데 감독이 “조금만 줘 봐라.”고 하자 수줍어 하면서 손을 내민다.
“너랑 같은 아이가 된 것 같구나!”라면서 감독이 웃으면서 받았다.
오늘이 마지막이라는 걸 알고 “끝나고 나서 나랑 한 잔 할까?”하면서 웃는다.
양왕의 즉위식에는 소녀 기하역의 은빈이 들어오다 넘어지는 장면이 있었다.
넘어지면서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돌리자 곧 “컷!” 소리가 났다.
감독이 한마디 했다.
“은빈아! 쓰러져도 얼굴은 카메라 쪽을 보지 않으면 네 얼굴이 안 찍히지겠지?
카메라 없는 데로 얼굴을 돌리면 안 보이잖니? 좀 생각을 하거라.
얘기 들은 대로만 하지 말고 능동적으로 연기를 하라는 거다.”
감독이 잘 하는 말 가운데 하나다.
“잘 생각해 봐!”
감독은 항상 배우들에게 그 말로 타이르곤 한다.
수동적이지 않는 능동적인 연기,
자신의 캐릭터를 조금이라도 잘 표현하려고 카메라를 향해 덤벼든 것 같은 연기.
그것 때문에 가끔 신인배우들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연기한다고
감독에게 꾸중을 듣고 마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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